포도뮤지엄에서의 따스한 감동을 뒤로 하고 나오는 길, 여전히 밖엔 비가 내린다.
아까 먹은 점심이 슬슬 소화가 되어 갈 시점이니, 이제 카페인과 달달구리 디저트로 충전할 시간이 된 듯 하다. 그렇게 우리는 한적한 작은 카페, <이정의댁>으로 향했다.
이정의댁 / 제주 서귀포시 예래로144번길 22-1
근처 도로에 차를 대고 카페로 걸어갔다. 빗물을 머금은 초록 잔디 끝에, 시골집을 개조한 듯 한 작은 카페 건물이 제주 시골 풍경속에 파묻혀 있었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간 카페에서는, 두 마리 고양이가 우리를 맞아 주었다.
흰 털에 검정 얼룩무늬가 매력적진 웅이. 비가 와서 그런지 창가에 앉아서 하염없이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밖에 나가고 싶었나보다.
음료 주문도 깜빡 잊고 고양이만 바라보다, 아차 싶어 메뉴를 주문하곤 자리에 앉았다.
흰 털에 갈색 무늬가 매력적인 덕만이는 어디선가 조용히 와서 밥을 먹곤 사라졌다.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 딸은 열심히 한 걸음 뒤에서 지켜보았다.
비가 와서 그런지 조금은 쌀쌀한 5월 초, 따뜻한 차와 디저트, 적당히 눅눅한 공기와 실내 온도는 의자에서 일어나기 싫게끔 만들었다. 무엇보다 포근한 덕만이와 웅이의 모습을 보며 하루종일 여기 머무르고 싶었다(사장님이 싫어하는 손님 1위).
잠깐 바람을 쐬러 딸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밥을 먹은 웅이는 다시 자신의 자리(?)인 창가로 올라가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창을 사이에 두고 두 어린 생명체가 눈을 맞추며 교감하는 모습이 어찌나 예뻐보였는지. 카메라로 수십 컷을 찍어 남겼다. 이번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베스트 컷이 될 것 같다.
카페 밖에서 인생샷을 남기고 다시 들어왔다. 웅이는 어느덧 우리 곁에 다가와서 좋아하는 방석 위에 앉아 졸고 있었다.
나른해보이는 웅이의 모습을 뒤로 하며, 아쉬운 마음을 내려놓고 카페를 나섰다.
오전부터 바쁜 하루를 보낸 제주 여행 이틀차, 감성 가득한 공간에서 냥이들의 기운을 가득 받고 나니 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그 어느때보다 바빴던 4월의 피로가 이렇게 사르르 녹아 내렸다.
20240505(일)
제주 서귀포 상예동 카페 <이정의댁>
Sony A7C + Tamron 28-75mm f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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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의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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