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오버부킹으로 인해 비행기를 아예 타지 못 할 뻔 했지만, 행운인지 불행인지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 된 덕분에 두 다리 쭉 뻗고 이스탄불까지 날아올 수 있었다. 이제 다음 일정은 세시간 반 가량을 대기하고 있다가, 비엔나 가는 TK1883편으로 갈아타기.
새벽시간인데도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은 많은 여행객들로 북적였다. 가히 유럽의 관문이라 할 수 있겠다. 그냥 북적인 정도가 아니라 바글바글했다. 그덕인지 아니면 빵빵한 난방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실내 공기가 꽤나 덥고 답답하다. 딱히 앉을 자리도 없고 해서 열심히 카페를 스캔했다. 저 멀리 익숙한 초록색 로고 하나가 보인다.
낯선 터키어들
어디로 가야하죠 아저씨
저 멀리서 들어오라 손짓하는 세이렌의 꼬릿짓(?)에 이끌려 스벅으로 향했다. 이미 우리 말고도 수많은 여행자들이 죽치고 앉아 있다. 아내는 먼저 자리를 맡고, 주문은 내가 가서 하기로 했다. 나는 아이스 카페라떼, 아내는 아메리카노. 그런데 갑자기 카페모카로 바꿔 달랬다. 휘핑크림은 빼달라고 그랬다. 아이고, 여행 첫날부터 너무 어려운 미션을 주는구나.
"헬로, 원 카페라떼 톨 사이즈 앤.. 카페모카 플리즈."
"오케이~"
"앤드.. 앤.. 앤..."
"ㅇㅅㅇ?"
"그거.. (오른손으로)슈우우욱.. 크림.. 휘핑? 휘핑 크림 노"
"오케이, 노 휘핑. 블라블라"
"(뭐라하는지 모르겠으니)예아 오케이 땡큐"
안녕, 세이렌?
잠시나마 카페인의 힘을!
다행히 휘핑크림이 올라가 있지 않은 카페모카가 나왔다. 계산은 터키 리라가 아닌 유로로 했다. 아, 이스탄불 씨티 머그컵도 하나 샀다. 어쩌다 머그컵 모으는 취미가 생긴걸까 싶다만, 나름 괜찮은 취미라 스스로 생각해 본다. 암튼 스탑오버할 계획이 있다면 리라를 소액이라도 환전해 오는 편이 좋을 듯 하다.
처음에 여행계획을 짜며 이스탄불도 구경을 할까 말까 조금 망설이긴 했다. 그렇지만 짧은 여행기간이기에 과감히 포기하고 오스트리아와 체코에 좀 더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스탑오버를 하면서 터키항공에서 무료로 서비스하는 이스탄불 투어에 참가하는 것도 괜찮을 듯.
게이트가 표시되지 않은 보딩패스
309번 게이트로 가세요
한국에서 함께 발권받은 IST-VIE 보딩패스엔 게이트가 표시되지 않았다. 틈틈히 여행책자를 들여다 보며 시간을 때우다 보니,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가 표시되어 있었다. 309번 게이트로 가랜다.
비행기 타기 전에 찰칵
다들 어디로 가시나요?
미끈한 비행기 외관. 해가 뜨기 시작한다.
08:10분에 출발하는 터키항공 TK1883편은 3-3 배열의 작은 항공기이다. 그래서 그런지 뭔가 제주도 가는 기분이다. 비행시간은 약 두 시간 25분. 활주로 저 너머에서 해가 뜨고 있다.
비행기는 다시 굉음을 내며 터키 하늘로 날아 올랐다. 짧았지만 반가웠던 터키야. 나중에 IS가 사라지면 놀러올게.. ㅠㅠ
비행기 내부
겨울이라 조금은 휑하다
창가자리에 앉으면 역시 하늘샷
생각해보니 아침 시간이다. 역시나 기내식이 나온다. 아직 뱃속에 다 소화되지 않은 기내식들과 스벅 커피가 뒤섞여 있다. 그렇지만 기막히게 음식물이 들어갈 공간을 만들어 내는 나의 두뇌야 위장아 칭찬해~
오믈렛 종류였는데 다행히 입맛에 잘 맞았다. 빵이 조금 딱딱하긴 했지만 여긴 원래 그런갑다 하고 넘어갔다. 하루에 몇 끼를 먹는건지 모르겠다만 어쨌거나 맛잇게 냠냠.
음식에 대한 예의를 차리기 위해 찍은 인증샷
맛있게 잘 먹고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어느덧 착륙을 알리는 방송이 나온다. 드디어 동유럽 여행의 첫 국가, 오스트리아 빈 국제공항에 도착하는 순간이다. 여러모로 마음은 설레는데 몰골은 영 말이 아니다. 뭐 어때! 여행인데!
비엔나 공항 도착
나가는 곳은 이쪽입니다
수화물을 찾고 맨 끝까지 갔다가, 출구가 없어 다시 길을 되돌아 왔다. 알고보니 출구를 지나친 것... 세관에 신고할 게 없는 사람은 사진에 보이는 초록색 문으로 나가면 된다. 처음엔 저곳이 출구가 아니라 무슨 사무실인 줄 알고 그냥 지나쳐 버렸다. 자세히 보니 천장에 친절하게 출구라고 적혀 있더만.
입국장 밖으로 나오니 여기저기 가득한 독일어들이 보인다. 고등학교때 배운 독일어 실력으로... 읽을 수는 있겠으나 무슨 뜻인지는 1도 모르겠다. 그치만 뭐 여행 한두번 하는 것도 아니고. 일단은 시내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기차 표시를 따라 걸어갔다. 그나저나 이 공항 무지 깨끗하고 세련되었다. 깔끔깔끔, 모던함, 최신식 스타일. 이런 공항의 이미지 덕분인지, 첫 일정을 시작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독일어 가득한 오스트리아 빈 국제공항
20161016 Gate No.27 by 민군:-)
Nikon D3300 + 18-55mm
gateno27.tistory.com
'유럽 > 2016_오스트리아, 체코'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6 오스트리아&체코] #1-5. 슈테판 광장에서의 한시간 (3) | 2017.01.14 |
---|---|
[2016 오스트리아&체코] #1-4.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비엔나 (0) | 2017.01.11 |
[2016 오스트리아&체코] #1-2. 터키항공 TK091 비즈니스 클래스 (0) | 2017.01.09 |
[2016 오스트리아&체코] #1-1. 신혼여행 첫날, 떨어져 앉다 (1) | 2017.01.09 |
[2016 오스트리아&체코] 프롤로그 - 동유럽으로 떠난 신혼여행 (0) | 2017.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