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기엔 아직 이른 시간, 우리는 할슈타트를 좀 더 둘러보기로 했다.
뭔가 많은 걸 하지 않더라도 참 좋다. 마을 전체에 여유로움이 가득하다. 쉴 새 없이 이동하는 K-여행자보다, 한 템포 쉬어가는 여행자에게 참 잘 어울리는 곳이다. 엊그제 결혼식을 올리느라 숨 가쁘게 달려온 우리 같은 여행자들에게 말이다.
할슈타트에서 찾은 한글
잘츠부르크(Salzburg)라는 이름 답게, 소금(Salz)을 파는 가게들이 여기저기에 참 많다. '천연소금'이라는 말이 세계 여러 나라 말로 붙어있기도 하다. 한글 글씨만 어디서 디스크 조각 모음 한 것처럼 쓰여 있는 모습이 재미있다.
천연 소금, 천연 비누 등 다양한 물건들을 길거리에 내놓고 팔고 있는 모습이 다채롭다. 우리 취향은 아니라 선뜻 구입하진 않았지만,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눈이 즐거운 곳이다.
여기저기 골목을 다니다 보면 길은 다시 호숫가로 이어진다. 광각으로도 찍어보고, 망원으로도 담아 본다.
한 쪽으로만 돌다 보면, 가끔 반대편 풍경을 놓칠 때가 있다. 그럴 땐 일부러 고개를 돌려 반대편을 바라본다. 몸만 돌렸을 뿐인데,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또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을 때가 있다.
건물이 없는 반대편 호숫가를 바라 보았다. 광활한 자연이 펼쳐진다. 고이고이 내 마음속에 저장.
다시 호숫가를 떠나 골목으로 접어 들었다. 자동차가 거의 없는 길, 아기자기한 골목길에 적당한 단풍과 멋진 집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우리도 그림 속의 일부가 되어 한참을 걷고 또 걸었다.
골목길 어느 계단에서, '시간여행'이라는 한글을 발견했다. 할슈타트에서 두 번째 발견한 한글이다. 괜히 어깨에 국뽕이 차오르는 걸 느끼며(굳이?) 계단을 오르내렸다. 시간이 잠시 멈춘 것 같은 이곳, 할슈타트와 참 잘 어울리는 단어다.
그리고 무엇보다 굴림체가 아닌 명조체라서 마음에 든다. 뭘 좀 아시는 분이 만들었군.
걷다 보니 다시 호숫가가 나와서, 엽서 같은 풍경을 한 두컷 더 찍어 보았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이다. 나중에 꼭 다시 오면, 이곳에서 1박 이상 머물러 보고 싶다.
우리는 느리게 걷고 또 걸었다. 앞으로 함께 할 삶도 이와 같으면 참 좋겠다. 빠른 속도보다, 같은 방향으로.
20161017(월)
Hallstatt, Austria🇦🇹
Nikon D3300 + Nikkor 18-55mm f3.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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