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할슈타트는 살짝 쌀쌀했다. 그렇지만 걸어서 여행하기엔 더없이 좋은 날씨다. 햇살도 적당하고 바람도 서늘하니(남편 기준) 일단 또 걸어보자. 어느 쪽으로 먼저 발걸음을 옮길까, 하다가 우선 선착장 왼쪽으로 걸음을 옮겨 보기로 했다.
사실 딱히 뭔갈 해야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온 것은 아니니까. 오늘은 여기저기 천천히 거닐다가 제시간에 배 타고 들어오는 게 목표다.
본격적으로 걸음을 걷기 전, 잠시 고개를 돌려 우리가 건너 온 호수 쪽을 바라보았다. 여행책자, 그리고 여러 블로그에서 만났던 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물이 조금만 더 잔잔했더라만 아마 데칼코마니를 보는 듯했을 것이다.
하늘과 호수, 산과 마을의 비율을 어느 정도로 맞추면 가장 보기 좋을까. 이렇게 찍어봐도 저렇게 찍어봐도 내 맘엔 들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찍은 건 다 이쁘던데. ㅠㅠ 필터를 적용시켜야 하나? 그치만 뭔가 DSLR로는 원본 그대로를 기록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다. 어쨌거나 사진사의 내공을 좀 더 쌓아야 할까 보다.
마을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거리는 한산하다. 자동차가 다니기엔 약간은 좁은 골목길을 따라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그 사이로 오래된 성당 하나가 보인다. 할슈타트 루터 교회(Hallstatt lutheran church)다.
사실 '루터 교회'라는건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유럽에서 만나는 교회 건물들은 왜 죄다 로마가톨릭이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가톨릭 신자 부심 같은 건가? ㅋㅋ 아멘 아멘 아아멘.
https://maps.app.goo.gl/MxG7cTb42PYBuRZm7
Evangelische Pfarrkirche Hallstatt · Landungspl. 101, 4830 Hallstatt, 오스트리아
★★★★★ · 복음교회
www.google.com
교회 내부는 하얀 벽돌을 쌓아 올린 것 같은 외관만큼이나 심플했다. 1700년대 중반쯤 세워졌다고 하니 대략 300여 년이라는 시간 동안 큰 변화가 없었을 것이란 추측을 해 본다.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해진 나무 의자와 제단, 난간 등이 지나간 세월을 짐작하게끔 한다.
아마 제단 오른쪽 벽에 걸려 있던 십자고상 때문에, 이곳이 당연히 가톨릭 성당이겠거니 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왜 흔히 말하는 '교회' 내부의 십자가에서는 예수님이 못 박혀 있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걸까?
교회 밖을 나와서 위를 올려다보았다. 날카로운 직선과 둥근 창문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지. 서로가 다른 만큼 조화롭게.
교회에서 정확히 10초(우사인 볼트는 한 2초?) 정도 걸으면 할슈타트 여행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중앙 광장(마르크트 광장/Marktplatz라고도 하는 것 같다)이 나온다. 광장이라고 하기엔 굉장히 소박하지만, 조용한 할슈타트에서 그나마 시끌시끌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일단 길을 잃더라도 이곳으로 돌아오면 되겠지.
https://maps.app.goo.gl/hDqwYEA9yFkRpERv5
마르크트 광장 · Marktpl. 45, 4830 Hallstatt, 오스트리아
★★★★★ · 관광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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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발걸음을 재촉해 본다. 지도는 없지만, 그렇다고 구글맵을 켤 필요도 없다. 걷다 보면 호숫가가 나올 테고, 또 걷다 보면 예쁜 집들이 나오겠지?
골목 주변 집들을 올려다본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창가마다 예쁜 꽃들이 놓여 있다. 유독 붉은 꽃들이 많이 보인다.
광장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할슈타트 박물관(Museum Hallstatt)이 나온다.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 박물관은 패스해야지! 어차피 들어가도 그냥 쓱 보고 나올 것이 분명하다. 정 궁금하면... 다음에 또 와야겠다. 언젠가.
20161017 Gate No.27 by 민군:-)
Nikon D3300 + 18-55mm
gateno27.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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