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엔 공산성, 무령왕릉 등 유명한 백제 역사 유적이 많다. 특히 몇 년 전 백제문화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매주 관광객들을 태운 버스가 수십대씩 공주를 방문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난 이곳, 수촌리 고분군을 참 좋아한다. 방문객이 많지 않고, 입구에 늘어선 은행나무들 덕분에 가을을 온전히 느끼기 참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공주수촌리고분군 / 충남 공주시 의당면 수촌리
수촌초등학교 옆에 위치한 공주 수촌리 고분군. 몇 년 전에 처음 왔을 땐 제대로 안내가 되어 있지 않아서 올라가는 입구를 찾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밑에 주차장도 생겼고, 입간판도 나름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다.
백제시대 한성기 지방세력의 실체를 드러낸 곳, 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노오란 은행잎이 카펫처럼 바닥에 깔렸다.
노랑노랑한 은행, 파란 하늘이 눈을 즐겁게 해 줌과 동시에, 특유의 꾸릿꾸릿한 은행 냄새는 코를 힘들게 한다. 하나만 하자.
은행나무길을 따라 위로 쭉 올라오면 금방 언덕 위쪽에 도착한다. 탁 트인 시야가 속까지 시원하게 해 준다. 방문객의 편의를 위한 화장실, 교육을 위한 발굴체험장 등이 눈에 들어온다.
올록볼록, 귀여운(?) 사이즈의 고분군이 눈에 들어온다. 얼핏 보면 그냥 어느 지역 문중의 선산 같은 느낌도 드는데, 여기서 금동관모, 귀걸이 등의 많은 유물들이 출토되며 이곳이 이름 모를 백제의 권력자(!)들이 잠든 곳임을 알게 해 주었다고 한다.
백제 시대의 무덤뿐만 아니라 청동기부터 철기 시대 주거지 등 다양한 유물들이 발견된 곳이기도 하다.
예전에 요 위에 나무데크도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전부 잔디밭이네. 나름 뛰어놀기도 좋아서 아이와 한참을 뛰어 놀았다.
언덕 아래편엔 어른 키보다 훨씬 큰 갈대들이 무성히 우거져 있었다. 갈대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며 사진을 찍었다.
흘러가던 가을이 우리의 폰 안으로 들어와 담겼다.
짧은 산책을 마치고, 다시 언덕을 내려갔다. 어느새 해가 서쪽으로 조금 더 기울었다. 두 모녀의 그림자가 점점 길어지고 있다. 늦가을의 노란 은행잎, 따뜻한 햇살, 적당한 역광이 예뻐서, 한참을 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걸었다.
그림자의 길이가 점점 비슷해지고 있다.
20241116(토)
공주 백제 문화유적 공주수촌리고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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