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내도 천주교를 믿는 집에서 자라났다. 매 주일을 꼬박꼬박 지킬 만큼 독실하진 않지만, 그래도 마음 한편에 천주교인으로서의 자부심(?) 1g 정도 갖고 사는 편. 딸도 어릴 적 유아세례를 받고, '마르첼라'라는 세례명을 지어 주었다.
유치원 주말 과제가 있어서 일요일에 우리 지역 어디든 다녀와야 하는 상황이라, 주일 미사도 볼 겸 황새바위 순교성지를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이름이 알려진 248명의 순교자 외에 많은 천주교인들이 박해를 받으며 순교한 곳이다.
천주교황새바위순교성지 / 충남 공주시 왕릉로 118
황새바위는 공주중학교와 공주교육지원청 맞은 편에 자리 잡고 있다. 예전엔 이곳의 소나무 위에 황새가 많이 살았다고 해서 '황새바위'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입구 아래 주차장에 차를 대고,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성당 건물이 제일 먼저 보인다.
2011년인가, 공군 군종병으로 근무할 때, 공군 성당 성모회 모임을 여기서 했던 기억이 났다. 신부님과 자매님들 모시고 여기 왔었는데, 그땐 오랜만에 부대 밖으로 나간다는 즐거움이 더 컸었다. 그래도 어렴풋이 그때 성당 모습이 기억에 떠오른다.
성당을 지나 조금 더 위로 올라가 보았다.
돌로 만들어진 아치형의 문을 지나니, 넓은 잔디밭이 눈에 들어왔다. 돌로 만든 제대가 있는 걸 보면 야외 미사를 드리는 곳인가 보다. 높게 솟은 순교탑과, 반대편 무덤 경당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순교탑 내부에 들어가니 높고 어두운 실내 공간이 참 아늑하면서도 안정감을 준다. 조용히 기도드리기 참 좋은 곳이다.
순교탑 한 켠엔 로마서 14장 7, 8절 문구가 적혀 있었다.
우리는 살아도 주님을 위해서 살고, 죽더라도 주님을 위해서 죽습니다.
나라면 순교를 선택할 수 있었을까. 신념은 목숨보다 소중한 것일까. 조선 후기 많은 천주교인들이 박해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들은 삶의 끝에서 어떤 마음을 갖고 있었을까. 많은 궁금증이 뒤따른다.
순교탑 반대편엔 무덤경당이라는 이름의 작은 건물이 있었다. 실내로 들어가니 초미니 성당 느낌의 건물이었고, 지하로 이어지는 좁은 길이 있었다. 계단이 가팔라서 들어가 보진 않았는데, 다음에 한 번 들어가 봐야지.
무덤경당 뒷편으로 올라가는 길이 또 있었다. 작은 동산에 길을 따라 '십자가의 길' 14처가 조성되어 있었고, 십자가의 길을 걷고 있는 신자분들도 계셨다. 오랜만에 나도 흥얼흥얼 노래를 읊었다.
어머님께 청하오니 / 제 맘속에 주님 상처 / 깊이 새겨 주소서
미사시간(오전 11시)이 되어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작은 규모의 황새바위 성지 성당엔 성지를 방문한 신자들이 많이 들어와 있었다. 입구에선 작게나마 성물을 판매하는 공간도 있었다.
신부님 강론을 듣다, 오후에 다른 일정 때문에 먼저 성당을 나왔다. 나중에 날씨 시원한 날, 평일 오후에 혼자 조용히 걷고 싶은 곳이었다.
20240616(일)
공주 천주교황새바위순교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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