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어린이날 연휴가 시작되었다. 거의 매년 이맘때엔 제주 여행을 갔었는데 올해는 패스! 대신에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을 다녀보기로 했다.
어딜 가 볼까 하다가, 청보리밭 뷰로 유명한 당진의 '카페 피어라'를 떠올렸다. 근데 카페 근처에 <신리성지>가 있네? 주일을 못 지키고 있는 우리 집 신자들 세 명은 먼저 신리성지를 방문해 보기로 결정했다. 나름의 속죄(?)겸.
신리성지 / 충남 당진시 합덕읍 평야6로 135
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한 신리성지.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는 순간부터 내가 갖고 있던 '성지'의 이미지가 통째로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
뭔가 옛날 건물들과 유물 중심의 민속촌 느낌을 생각했는데, 탁 트인 평야 위에 세련되고 깔끔한, 그러면서도 주변 경관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현대적인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걷기만 해도 절로 힐링되는 느낌. 다만 바람이 많이 불어서 좀 쌀쌀했다(5월인데 무슨 일이야).
푸른 잔디밭 사이로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약 150여 년 전 이곳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신리성지뿐만 아니라 충남엔 천주교 순교성지가 참 많다. 지금은 이렇게 평화롭지만, 과거 이곳은 그들의 피가 곳곳에 흩뿌려졌으리라.
우선 전망대쪽으로 올라가 보았는데, 막혀있는 길이었다. 사무실 쪽에 입구가 있는 듯해서 그리로 내려갔다.
순교미술관 계단을 올라 전망대로 향하다
순교미술관이라 적힌 입구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로 향했다. 맨 윗층에서 내린 후, 다시 한 층 더 계단으로 올라가는 구조였다. 단조로운 계단이 아닌, 기하학적인 조형물과 중간중간 쓰여 있는 글귀들을 감상하며 오르내리는 구조의 계단이라 더 아름다웠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예당평야 뷰도 훌륭하다. 하지만 춥다. 내려가야지.
1층과 지하는 박물관+미술관 느낌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사실 요런거 꼼꼼하게 보는 성격은 아닌데, 오늘따라 주의집중하여 살펴보았다. '오페르트 도굴사건'과 같은, 고등학교 근현대사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도 보인다.
그러다 발견한 의외의 인물, 샤를 구노(1818-1893).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제1권, BWV 846 1번 다장조에 구노가 가락을 붙여 만든 <아베 마리아>의 탄생 비화가 적혀 있었다. 파리 외방선교회에서 조선으로 파견된 앵배르 주교의 순교를 슬퍼하며 만들어진 곡이라고 한다.
장조 곡이지만 슬프게 느껴졌던 이유가 여기에 있나 보다.
미술관을 나와서 성당으로 향했다. 2006년에 성전이 봉헌되었나 보다. 요즘 방송에서 종종 보이는, 당시 대전교구장이셨던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님의 이름도 보인다. 성당을 잠시 둘러보고, 밖으로 나왔다.
치타누오바 / 충남 당진시 합덕읍 신리1길 37-6 1층
바람을 맞으며 여기저기 다녔더니 몸이 자연스럽게 따뜻한 카페로 향한다. 카페인 이끌림의 법칙 뭐 그런 거다.
신리성지 내부엔 <치타누오바> 라는 이름의 카페가 있다. 굳이 '피어라'까지 갈 필요는 없을 듯하다. 성지의 여운을 좀 더 느끼기 위해 카페로 향했다. 그리고 달달하게 당 충전!
카페인과 당 충전을 마치고, 슬슬 밖으로 나왔다. 오후 4시의 색온도는 아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좀 더 차분한 하늘빛이 성지를 가득 채우고 있다.
덩달아 우리 마음도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꽤나 많은 여운이 남는, 짧은 성지순례를 그렇게 마무리했다.
20250503(토)
충남 당진시 합덕읍 <신리성지> & 카페 <치타누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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